월급이 밀리기 시작하면 이직을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직장을 다니는 이유는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즉, 매월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 때문에 다닌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근데 갑자기 월급이 밀린다면? 설사 며칠 좀 늦었다 하더라도 일단 밀렸다는 게 중요합니다. 절대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월급은 어느 날 갑자기 밀리지 않는다.
영세한 개인사업자 수준의 회사가 아니라면 기업은 항상 만약을 대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유동성 자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월급이 밀렸다면? 그건 이미 몇 달 전부터 현금흐름에 이상이 생겼고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몇 달째 이어져 결국 직원들 급여가 밀리는 상황까지 온 것입니다. 즉, 우발적이고 돌발적인 상황으로 갑작스레 월급이 밀린 게 아니라는 겁니다.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회사 경영에 빨간 불이 켜진 것입니다.
그럼 왜 그런 상황이 왔을까요? 여러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주요 매출처 혹은 다수의 매출처로부터 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한 경우, 매출 자체가 급감한 경우, 매입원가 상승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난 경우, 무리한 투자 혹은 차입으로 부채가 계속 늘어나 이자부담이 증가한 경우 등 정말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이유나 과정보다 월급이 밀리는 상황까지 왔다는 사실입니다.
직원 급여는 자금계획에서 최우선 순위다.
자금계획을 세울 때 지출 부분에서 최우선 순위로 두는 것이 바로 직원 급여입니다. 매입대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직원 급여입니다. 그리고 직원 급여는 사실상 고정비 성격이 강하고 매달 그냥 기본으로 깔고 가는 지출 항목입니다. 게다가 법적으로 임금체불은 형사처벌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급여가 밀렸다면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매입대금, 차입이자는 물론이고 직원 급여까지 주지 못할 상황이거나 아니면 우선순위를 바꿔서 직원 급여를 뒷전으로 미룬 경우입니다. 전자도 최악이지만 후자는 더 최악입니다. 회사 마인드가 여차하면 직원 급여를 미뤄서라도 매입대금이나 차입금, 차입이자부터 먼저 갚겠다는 것이죠. 앞으로 습관적으로 급여 지급을 미룰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계속 밀린다.
처음 한번이 어렵습니다. 처음엔 직원들도 당황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 대놓고 따지기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잠시 동요가 일어나는 것 같지만 며칠 뒤 급여가 지급되면 그냥 또 조용하게 지나갑니다. 제가 앞에서 직원 급여를 뒷전으로 미룬 경우가 더 최악이라고 말씀드린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어? 며칠 좀 미뤄도 별문제 없네?' 다음 월급날에도 자금계획이 꼬일 경우 지난번과 똑같이 직원 급여보다 매입대금부터 해결하려 할 것입니다. 며칠 혹은 1~2주 늦게 줘도 직원들이 참아주겠지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리고 우선순위를 바꾼 것이 아니라 진짜 자금이 말라서 급여 지급이 미뤄진 것이라도 똑같습니다. 말 그대로 돈이 마른 상황인데 다음 달이라고 크게 상황이 바뀔까요? 앞서 '월급은 어느 날 갑자기 밀리지 않는다' 라고 말씀드렸다시피 결코 우발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회사 상황은 계속 안 좋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다하다 안돼서 결국 최악의 상황까지 온 것이라 어디서 돈을 끌어다 오는 것도 힘듭니다. 담보도 이미 다 잡혀 있어서 추가로 대출받기도 힘들 것이고 다른 대안들이 있더라도 더 이상 손쓰기도 힘든 상황일 것입니다. 설사 어떻게 무리를 해서 돈을 빌려 왔더라도 임시방편일 뿐 경영 악화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밀린 월급, 받을 수는 있지만…
임금체불은 근로기준법상 형사처벌 대상으로 처벌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보통 지급일로부터 2주가 지나면 별도의 약속이나 합의가 없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법과 현실은 다릅니다. 현실적으로 월급 한번 밀렸다고 갑자기 회사를 상대로 고소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그리고 고소를 한다고 해도 악의나 고의를 입증해야 실제 처벌까지 이어집니다. 우선 처벌은 차치하고 법원이 당장 지급명령을 내렸더라도 실제 임금을 받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회사가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다행이지만 별의별 경우가 다 있기 때문에 만약 이런저런 핑계로 지급을 미룬다면 받아 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결국 시간이 걸려서 해결은 되겠지만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 자체도 스트레스고 ‘정말 받긴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 여기저기 알아보고 조언 구하고…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죠.
밀린 월급이나 퇴직금에 대해서는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해서 받을 권리가 있고 법적으로 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요즘은 국가가 대신하여 밀린 월급을 지급하기도 한다지만…이 모든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법만 믿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송사(訟事)는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따라서 빠른 이직으로 임금체불액 자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최선입니다.
기회라 생각하고 이직을 준비하자.
이직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밀리기 시작할 때부터 빨리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도 오래 다닌 회사인데 조금 기다려보겠다고 준비를 늦췄다가는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나중엔 단순 며칠 밀리는 수준이 아니라 몇 달 치 월급을 몇 개월이 지나도록 못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마음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더 이상 여유를 가지고 이직 준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옵니다. 부랴부랴 어디 대리운전이라도 뛰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거죠.
차라리 밀리기 시작할 때 오히려 기회라 생각하고 이직의 계기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그동안 사실 만족스러운 회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직하기에는 귀찮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해서 계속 다녔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참에 나 자신도 돌아보고 새로 도전해보는 겁니다. 월급은 밀리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회사가 문 닫을 상황은 아닐 겁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준비해야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좀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회사와 함께 끝까지 남는 것이 좋은 경우
물론 무조건 이직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정말 괜찮은 회사라면 고통을 함께하고 끝까지 남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회사라면 기다려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가 그런 역량이 있는지 정말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회사 직원이라도 회사의 모든 상황을 알 수는 없습니다. 제한적인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회사의 현재 및 미래가치를 정확히 판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괜찮아질 것이다’ 라는 막연하고 희망 섞인 회사 말만 믿고 상황을 낙관해서는 안 됩니다.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상황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중소, 중견기업의 경우 십중팔구는 회생이 불가하거나 살아남더라도 회복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확실한 경우가 아니면 빨리 이직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업급여나 퇴직위로금을 노릴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실업급여나 퇴직위로금을 노리고 버틸 수도 있습니다. 평소 받는 월급에는 못 미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좀 있다면 실업급여를 받거나 퇴직위로금을 받고 몇 달 쉬면서 이직을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습니다.
실업급여의 경우 월급이 2개월 이상 밀리면 자발적 퇴사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액이 다 밀리지 않더라도 월급의 30% 이상만 밀려도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됩니다. (이 외에도 여러 조건이 있을 수 있고 조건 자체가 바뀔 수도 있으니 정확한 내용은 고용노동부 등에 문의해 보셔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2개월을 넘기지 않으려고 미루고 지급하고를 반복할 수도 있고, 월급의 30% 미만의 금액에 대해서만 지급을 미룰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 문제는 회사에서 정확한 월급 지급 계획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업급여을 받을 수 있을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발적 퇴사가 아닌 권고사직 처리를 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해 볼 수도 있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영세할 경우 이런 방법이 통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퇴직위로금을 노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사가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경우 퇴직금 외에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대신 회사 규모나 상황에 따라 희망퇴직을 따로 받지 않고 퇴직위로금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시한다고 해도 금액, 정확한 시점 등을 예측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실업급여나 퇴직위로금을 받는 전략은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예측해야 하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당장 급한 불은 어떻께 끌까?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리볼빙, 담보대출 등)
이직 준비를 하더라도 당장 이번 달에 빠져나갈 신용카드 대금이 걱정입니다. 몇 달 치 월급을 현금으로 들고 있지 않는 이상 당장 대출부터 알아봐야 할 판입니다. 카드 연체뿐 아니라 월세나 전세보증금 대출이자, 관리비, 일반 생활비 등 줄줄이 밀리게 생겼죠. 사실 이직 보다 더 급한 불이기도 합니다. 며칠 짧게 밀리는 거야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월급이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 없습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 보험금 담보대출, 신용카드 리볼빙 등… 이번 블로그에서는 각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최대한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더불어 이자금액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하겠습니다. 계획 없이 마냥 연체일만 늘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결론
지금까지 내용을 요약하자면 직원 급여가 밀리는 상황까지 온 회사는 다시 회생하기 힘들기 때문에 마냥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것보다 이를 기회 삼아 하루빨리 이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실업급여나 퇴직위로금을 노리는 경우는 상황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하여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회사에 남는 것을 택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계획을 세우고 미리 준비한다면 위기를 더 좋은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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